夏林이..
내 친구..내남자의 중학교 후배..
내남자로 인해 알게 된 하림이..
아끼는 후배라며 나에게 소개해준 하림이..
내남자는 하림이를 onLY라고 불렀다.
난 그게 살짝 빈정상했었다. 그때는..
IMF가 지나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희미해질 무렵..
하림의 전화가 왔다.
늘 이런식이다. 내가 먼저 전화 하는 법이 없다.
집으로의 초대..
하림의 이야기..
은행원이였던 남편이 IMF의 충격파로
고객들 보증 써 줬던 거..증권투자 한 거..한꺼번에 여기저기서 뻥뻥 터지는 바람에..
하루 아침에 감당 못할 빚더미에 올라앉게 되었다고 한다.
두 채나 있던 아파트 팔구..그 후로도 몇년을 그 뒷감당을 해야했다고 한다.
아직 빚이 남아있지만 어느 정도 안정이 되어 연락을 했다며..
'어여..' 하림은 사람을 부를땐 항상 ' 어여..' 하고 부른다.
"어여..나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아?"
"어여..우리집은 화장실 휴지도 신문지 아직 잘라서 사용한다."
"그리구 부추 한 단으로 일주일 반찬도 해봤어."
"어여..너 부추가 얼마나 요긴한 반찬인지 모르지? 무쳐먹구.. 부쳐먹구..데쳐도 먹구.."
"어여..나 그래도 남편 원망 한 번 안해 봤다."
"그냥 이 남자가 어디가서 자살이나 하지 않을까..그거만 걱정되었어."
"어여..나 반찬거리는 못 사두 매일 소주 한 병은 꼭 준비해뒀어. 내가 할 수 있는 게 그거 밖에 없더라."
"어여..우리집은 아직 차가 없으니 너희가 우리집으로 와라. 한 번 보자."
그 날.. 하림의 집으로 가던 날..
신문지를 잘라 쓴다는 하림의 말이 너무 아파서..
내남자와 난 마트에 들러 크리넥스 휴지를 종류별로 다 사가지고 갔다.
"어여..이걸 우리보구 다 쓰라고 사온거야?'
그리고 몇년이 흐른 2년 전 어느 날인가..가을 붉게 물들어 지쳐갈 무렵..
따르릉~ 하림의 활달한 음성이 들려온다.
"어여..우리 현아 민사고 합격했다."
엥? 순간 머엉~했다. 정신차리고 "정말? 야 축하해.. 정말 축하해."
난 축하한다는 소리만 연신 반복하구 있었다.
솔직히 의외였기 때문이다.
"너 근데 현아 공부 잘한다는 소리 한 번도 안했잖아?"
"응..안그래도 주변에서 기적이라고들 그래."
초등학교 때는 눈에도 잘 띄지 않던 아이였던 현아..
중학교 1학년 1학기때 까지만 해도 중하위권이였던 현아..
학원을 다니면서 1학년 2학기에 갑자기 전교 1등을 하더니..
그 후로 쭈욱~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다고 한다.
다시.. 하림이 자기집으로 초대를 한다.
아직 자가용도 초딩들도 다 들구 다니는 핸드폰도 없다는 하림..
하림의 집..새로 장만했다고 한다.
넓고 깨끗하고 군더더기 없이 말끔하다. 하림의 성격처럼..
아저씨는 우리가 온다구 수산시장에 들러 그 귀한 바닷가재를 사 오셨다.
오전 무렵에 도착한 우리..자정이 넘도록 끊이지 않던 우리들의 이야기..
현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하림은 자기는 한 게 없다고 한다.
적당한 시기에 적절한 학원을 선택해서 보내준 거 밖에는..
하림은 그 어려운 시절 이후로..계속 학원강사..아이들 과외로 늘 바빴고..
거실에서 엄마가 아이들 과외를 하는 동안..
현아는 자기 방에서 뭘하는지 네 다섯 시간을 꼼짝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현아는 엄마가 다른 아이들 공부 가르치는 동안..
자기방에서 자기만의 세상을 설계하고 꿈꾸었으리라..
책을 좋아하구 활달하면서도 감성 풍부한 지 엄마를 닮아
저 혼자만의 시간을 살뜰히 보내고 있었으리라..
현아가 민사고에 입소하던 날..우리가족도 함께 갔다.
꿈의 학교..민족사관고등학교..
정약용과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입구에 서있다.
정약용의 목민심서는 민사고 신입생들의 필독서라 한다.
교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으로 줄지어 있는 동상받침대..
언젠가는 민사고졸업생들 중에 노벨상을 받을 누군가를 위해 미리 마련해둔 자리라 한다.
그래..언젠가는 저 빈자리 위에 하나 둘 자랑스런 동상이 세워질 그 날이 있으리라..
지나치며 보았을땐 무슨 호텔인줄 알았던 언덕 위의 기숙사..
시설도 주변 환경도..공부를 좋아하는 아이들의 천국..
취침시간이 새벽 두 시라 그 후엔 소등이 된다 한다.
그래서 신입생들의 필수품목 중의 하나가 앉은뱅이 책상과 후레쉬..
그래서 새벽 두시 이후엔 복도나 화장실 구석에서 후레쉬를 밝히고 공부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라고..
입소한 바로 다음날엔 시험을 치룬다고 한다.
그 시험에 통과하면..고등학교 과정은 통과하구 바로 아이비리그 준비를 한다고 하니..
민사고에 오는 아이들은 이미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수준의 학습을 마치고 온다.
거기에다 영어외에 제 2외국어를 마치고 오는 아이들도 많다고 한다.
꿈을 꾸는 아이들..
그 꿈을 향해 혼신을 다 하는 아이들..
저 아이들이 자라..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져 나갈 것이다.
아이야..꿈을 가져라..
꿈을 꾸는 자만이 그 꿈을 이룰 수가 있는것이란다..
기숙사 방정리를 해주고..우리는 횡성한우를 먹으러 간다.
그 날..하림은 비싼 한우를 많이도 먹었다.
그날만큼은 돈생각..아까운 생각..하나도 나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 가장 뿌듯하고 행복한 엄마..하림..
이제 남은 두 아이 진아와 곤이도 하림은 훌륭하게 키워낼 것이다.
- 벗 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