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집 여자가 떠났다.
떠나는 뒷모습이 짜안하다.
이젠 누구랑 이런 저런 수다를 늘어놓지?
'나..커피 한 잔 줘.'
아무 때나 문 두드려도 부담없고 편안한..
우리 동네 사랑방 같던 앞집 여자..그 여자가 떠났다.
너무 착해 자기아이들에게도 소리 한 번 치지 않던..
착하고 마음 참 넉넉한 언니 같던 친구였는데..
하필 이리 한파가 부는 날 떠나서..
마음 더욱 시리게 만드는지..
돌이켜 보면..
이웃..따스하고 정겨운 미소가 그려지는..이웃
쏭이 가지고 입덧 심할 때..
낙지덮밥..김치 볶음밥..맛나게 해서 아침마다 배달해주던..섭이 엄마..
웃음소리 한 번 호탕하던 그 여자..
피부가 너무 뽀얘서 신혼 첫날 섭이 아빠가
하얀 눈밭에 눕는 것 같았다고 하던 그 말이 날 자꾸 웃음짓게 하던..
소박하고 정 많던 그들 부부..
7년째 투병중이신 시아버님을 모시던 상경 엄마..
참 이쁘고 나랑 마음도 잘 통하던 ..
70평이 넘는 그 집과 단칸방이던 우리집..
그러나 너무 잘 통했던 그 여자..상경엄마..
우리 부부 이쁘게 사는 모습 보기 좋다고..
외식도 자주 시켜주시고
이런저런 선물도 많이 해 주시던..병조네 아줌마, 아저씨..
대구를 떠난던 날 그 깜깜한 새벽녘에..
파자마 바람으로 달려 나오셔서 꼬깃꼬깃 접혀진 천원짜리 일곱장을 주시며..
가다가 우나 맛있는 거 사주라며 건네주시던..빌라집 아주머니..
그 정겨움..
그러고 보니 다 대구 살 적의 이웃들이다.
여기 일산에 와서도 많은 이웃들을 만나 정을 나누고 살았지만
그 시절 그 곳만큼 애틋하지도 정답지도 않은 건 사실이다.
그 시절이 그 이웃들이 고향처럼 그리웁다.
꼭.. 다시 한 번 만나고 싶고..
꼬맹이던 섭이, 상경이, 병조, 다들 얼마나 자랐을까?
보고싶다. 많이..
앞집여자..
이 여잔..오래오래 생각 나고 보고플 것 같다.
어디서 저리 착한 여자를 또 만날 수 있을까..
잘 살아. 영현 엄마..
아프지 말고..
너무 애들한테 휘둘리지 말고..
잘 살아야 돼.
많이 그리울거야..
건강하고..
- 벗 님 -
P.S :위 사진은 영현엄마 이사 가기 전..함께 자전거로 호수공원 돌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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