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산소에서

구정 당일 오후..
친정식구들과 아빠 산소를 찾았다.
다행히 날이 봄날인 양 포근하다.
언제나처럼 엄마가 사오신 비빔밥 재료들을 맛나게 비벼서..
아빠 산소 곁에 옹기종기 모여 늦은 점심을 먹는다.
♥









조카 유담이랑 율이가..
하늘에 계시는 할아버지께 드리는 편지를 써왔다.
금일봉도 함께..
" 할아버지! 오늘이 설날이에요."
"할아버지! 보고 싶어요."
"할아버지!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天의 바람이 되어/임형주
나는 천 개의 바람.
천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가을엔 곡식들을 비추는 따사로운 빛이 될게요.
겨울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눈이 될게요.
아침엔 종달새 되어 잠든 당신을 깨워줄게요.
밤에는 어둠 속에 별 되어 당신을 지켜줄게요.
나의 사진 앞에 서있는 그대.
제발 눈물을 멈춰요.
나는 그곳에 있지 않아요.
죽었다고 생각 말아요.

울 아빠 바로 곁에 있는 맏아부지 맏엄마..

울 아빠
날이 참 따스해서 고마웠고..
설날 아침.. 차가 막히면 네다섯 시간이나 걸리는
장인어른 산소까지.. 해마다 동행해 주는 우리 제부들..
너무너무 고맙다.
세상에 이렇게 착한 사위들이 또 있을까..
일 년에 몇 번 못 찾아뵙지만..
이렇게 찾아오면 늘 이 자리에서 우릴 반겨주시는 아빠의 무덤..
마치 생전의 아빠를 뵙고 돌아가는 듯한 푸근한 마음이 든다.
"아빠, 또 올게요."

- 벗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