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나의 이야기
부엌창이 예쁜 집
벗 님
2015. 5. 11. 00:00

이사한 다음 날..
희뿌연 여명과 함께 이른 아침잠을 깼다.
몸은 천근만근..
어슴푸레한 새벽시간이지만
주방창으로 옅은 빛살이 비추인다.
비추이는 빛살만큼 은은한 행복감이 스며든다.
아직 손도 대지 못한 주방은 어수선하다.
♥

아침밥을 짓기 위해 대층 정리정돈 된 주방..
난 저 창가가 너무 맘에 든다.
하늘을..초록 나무를..
한폭의 수채화처럼 보여주는 그림액자같은 부엌창..
이 집에서 가장 맘에 드는 곳이다.


6인용 사각식탁 대신에 원탁으로 바꿨다.
우리 네 식구 동그마니 모여 식사하기 안성맞춤이다.
전에부터 원탁식탁이 갖고 시펐다.
하얀 탁자보는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수 놓은
린넨천으로 된 하얀 식탁보..
한여름밤 모기장 안에서 수를 놓곤 했었다.
희미한 백열등 불빛 아래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아침잠이 깨면 학교가 늦는 줄도 모르고
또 수놓기에 열중하곤 헸었다.
부반장 보경이 보다 더 촘촘하고 정갈하게 수놓기 위해..
난 온 맘을 다했었다.
35년간 무슨 유품처럼 고이 모셔왔는데..
문득 꺼내어 사용하고 시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