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아빠 무덤가에 핀 꽃,꽃,꽃
1249
울아빠 무덤가에 봄꽃들이 피었다.
생전의 울아빠 환한 눈웃음 같은 꽃들이..
♥ 진달래
울 아빠 산소 올라가는 산 초입에 진달래꽃 한 무리가 피어있다.
작년에 피었던 그 자리에..
작년보단 더 고운 빛깔로 어김없이 피어난 진달래..
새벽에 내린 비로 함초롬히 젖어 더욱 애잔한 진달래..
진달래꽃 너머 저 아래 동네 파란 지붕집들..
거기가 내가 태어나고 다섯 살까지 살던 고향마을이다.
내 고향 뒷산의 진달래꽃이라 더욱 어여쁜 꽃..
♥ 할미꽃
몇 해를 아빠산소를 오르내리며..
산 초입에 할미꽃이 피어있는 줄은 몰랐다.
큰댁 새언니가 할미꽃이 있다며..
위치를 막대기로 표시해두고 가르쳐 준 후에야..
그 곳에 할미꽃이 숨은 듯 신비롭게 피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길가 바로 옆인데도 참 눈에 뜨이지 않는 할미꽃..
할미꽃은 그렇게 자기를 지키려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숨은 듯이 하얀 솜털로 제 몸을 하얗게 덮고..
♥ 동백꽃
첫해에 아빠산소 바로 곁에 동백나무 두 그루를 심었었다.
키가 참 안 자라는 동백나무..
몇 해째 그냥 머물러있는 듯하지만..
그래도 제 몫의 붉은 꽃을 피웠다.
대견하게도..
♥ 제비꽃
세상 없이 착하시던 울 맏엄마 무덤가에는 ..
참 예쁜 풀꽃들이 옹기종기 마니도 피어난다.
지금은 제비꽃이 꽃잔디처럼 피어나고 있다.
큰집 규태오빠가 심었다는 매화나무에선 바람 불 때마다..
하얀 매화꽃잎이 하얗게 흩날리우고..
그 향기 온산에 그윽하다.
♥ 매화
작년에 아빠산소 옆자리에 매화나무 세 그루인가?
심었다.
비쩍 마른 나무막대기 같은 매화나무에..
꽃이 피었다.
달랑 두 송이..
그러나 처음 꽃을 피운 그 매화나무가
너무 대견하고 예쁘다.
아빠산소 온 후로..
한시도 가만 계시질 않으시는 울 엄마..
소나무 둥치아래의 거름같은 흙더미를 퍼와서..
100포기나 되는 철쭉 심은 자리마다..
일일이 거름으로 덮어두신다.
올해는 비도 촉촉 뿌려 땅도 폭신하게 젖어 있고..
울 엄마가 거름도 주었으니..
작년처럼 고사하는 철쭉은 없을 것 같다.
아빠 무덤가의 풀 한 포기 마저도 지극정성으로 다루시는 울 엄마..
울 엄마의 그 마음을 우리 딸들이 백분지 일이나 알까..
헤아릴까..
내년 봄엔..
울 아빠 무덤가엔 진달래며 할미꽃이며 매화며 동백이며 철쭉이며..
더욱 풍성하고 화사하게 피어나겠지..
살아..
울 아빤 어떤 꽃을 좋아하셨을까..
내 기억엔 없다.
다만 난초와 수석을 취미로 하셨던 울 아빠..
그곳에서 행복하셨음..평안하셨음..
- 벗 님 -
저리도 가까이 모아
사진으로 남기는 그 마음은
어떻게 생겼을까? ^^*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고은씨의 詩가 생각났습니다.^^*
.
잘 다녀오셨습니다^^
산소길엔...
활미꽃이 유난히 도 많았지요.....
부모님 .......
벗님의 애듯한 마음.....
저 역시
아버지는 제가 중학교 입학을 앞 둔 전날 하늘로 ....
- Winter apple
- 2015.04.10 08:16 신고
- 수정/삭제 답글
그리고 꽃차
봄날 아버지의 그리움이 잔잔해요.
남자들도 꽃을 좋아합니다.
다만 좋아하는 표현을 과하게 하지 않을뿐...
내년에는 아버님 꽃밭에서 노닐겠다.
지금 생각하면 참 우습네요
그때는 풀이라고 뽑아버렸는데...
수수하면서 다소곳이
예쁜 꽃이었는데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