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조 (吉兆)

우리 집 난초에 꽃이 피었다.
왠지 올해는 좋은 일들이
마니마니 생길 것 같다.
♥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베란다의 화분을 거실로 옮겼다.
2년 전 둘째 아주버님께서 주신 난초화분 3개..
그 중..동양란은 꽃이 지면서 금새 죽어버리고..
두 개 남은 난도 시들시들 영 시원치 않더니만..
한겨울 실내에서 지나고 날이 따스해져 베란다로 내어놓으니..
햇살과 바람을 충분히 받아서인지 다시 생기를 찾아 싱그러워졌다.
그러더니 가을 지나고 다시 겨울이 올 즈음
거실로 들여온 난초에서
새해가 되면서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신기했다.
난을 키우면서 이렇게 꽃을 피운 건 처음이다.
내남자에게 호들갑스레 난초에 꽃이 핀 소식을 전하니..
"올해 운이 좋으려나 보다."
내남자의 그런 꿈보다 해몽을 들으니..
정말 그런 듯..
왠지 올해는 만사형통할 것만 같은 기분 좋은 생각이 든다.
정초 첫산행으로 대둔산에 갔을 적..
대둔산 정상의 능선길 햇살 참 따스한 곳에서 점심을 먹을 적..
산새 한 마리 우리 주위를 포로롱 날아다니길래..
내남자가 음식을 쪼끔 떼어 내미니..
처음엔 경계를 하던 산새가 조금씩 다가오더니..
마침내 내남자의 손끝에 있는 음식을 쪼아먹기 시작한다.
신기했다.
내남자는 또 그런다.
이렇게 산새가 우리 곁에 다가온 것도 ..
올해 우리 운이 좋으려고 그런 것 같다고..
나도 정말 그런듯한 생각이 들어 괜히 기분이 좋다.
정말 올해는 다 잘 되었으면 좋겠다.
난초에 꽃이 피고..
산새가 다가온 이유가..
우리 가정에 행운을 가져다 주기 위한
길조라고 생각하고 싶다.
어떤 행운이나 요행에 기대이는 것이
나약함이라 할지라도..
나는 그 나약함을 그 어떤 행운으로 보완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행복하고 싶다.